나눔의 즐거움 – 보안 밋업을 시작한 이유

나는 현재 두 개의 보안 밋업(AWS KRUGOWASP Seoul)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각각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지만, 준비 과정까지 고려하면 매달 거의 두 번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셈이다. 주제 기획부터 발표자 섭외, 장소 예약, 홍보, 운영까지 하나의 밋업을 완성하기 위해 들이는 물리적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는 결코 작지 않다. 주변에서 밋업을 왜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 이번 기회에 매번 밋업을 열게 되는 이유를 정리해본다.

보안 밋업 시작의 계기

보안 밋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누는 자리에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청중으로만 있을 때보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공유할 때 훨씬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되더라.
올해는 크고 작은 발표를 합쳐 약 10번 정도 발표를 했다.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일종의 학습 루틴이 되었다. 아마 가르쳐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면 스스로 완전히 이해해야 하고, 애매하게 알던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준비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된다.
여러 곳에서 발표를 하다 보니, 국내에는 큰 발표 공간은 많지만 작고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하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더라. 그래서 그렇다면 내가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준비와 운영의 현실

보안 밋업은 어떻게 운영될까? 겉으로 보기엔 한두 시간짜리 행사지만, 그 뒤에는 훨씬 더 많은 준비가 숨어 있다.
시작은 언제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 찾기다. 업계의 흐름과 최신 보안 이슈를 바탕으로 주제를 정하고, 발표자 후보를 찾는다. 후보는 주로 페이스북, 링크드인, 블로그 등에서 콜드메일을 보내 찾아보고 있다. 운영 중인 보안 밋업은 모두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공간과 발표 장비는 늘 고민거리다. 다행히 지금은 스폰서들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리고 행사 당일은 말 그대로 하루짜리 전쟁터다. 행사 소개, 발표자 및 스폰서 소개, 음식 주문과 배포, 진행, 질문 유도, 뒷정리, 설문 요청까지 모든 것이 빠르게 굴러가야 한다.

운영을 통한 성장

밋업을 운영하며 얻은 가장 큰 보상은 지식이다. 좋은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 역시 운영자의 역할이기 때문에, 발표를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발표자들의 경험, 도전, 시행착오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참여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좋은 발표자를 찾고, 주제에 맞는 스폰서를 구하며, 홍보와 마케팅까지 챙기다 보면 마치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 같다. 어쩌면 실제 실무와는 다른 경험들을 일부러 해보고 있는 셈이다. 처음엔 이게 내 실무에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지금은 확신이 있다. 왜냐하면 보안을 강화하는 일은 보안팀만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야 하고, 때로는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 밋업 운영은 보안 엔지니어링을 넘어 보안 문화를 만들어가는 “나”를 시험해볼 수 있는 작은 연습장이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

공격자의 인센티브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격 표면과 대상은 다양해지고, 공격의 정교함은 점점 높아진다. 반면 방어자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공격자는 하나의 실수만 찾으면 되지만, 방어자는 모든 실수를 예방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복잡도는 계속 높아지고, 공부해야 할 것은 산더미다. 공격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이 있을까?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이 불공평한 현실 속에서 내가 찾은 해답은 협력이다. 사람들은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배우며, 그 안에서 새로운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이 모여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결국 업계 전체의 보안성을 끌어올릴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나는 밋업 운영자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오면, 나처럼 나눔의 즐거움을 느끼는 이에게 이 경험을 물려주고 싶다. 그렇게 또 다른 연결로 이어질 때, 우리의 보안은 한층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참여자와 발표자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응답

  1. Ben DH Kim 아바타

    같이 운영하면서 늘 감정적으로, 업무적으로 도움 많이 받습니다. 앞으로도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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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une5079 아바타

    항상 감사하십시요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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