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 쫀득쿠키가 만원에 팔린다. 두쫀쿠의 맛과 양, 그리고 영양가로 따져보면 솔직히 만원의 가치는 없다. 이걸 사 먹는 사람도 이걸 모르지 않지만, 누군가는 그 가격에 구매하고, 누군가는 판매한다. 그렇다면, 내 연봉은 과연 나의 실력에 주로 기반한 것일까 아니면 시장이 정한 가치가 더 중요할까?
연봉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결정된다. 첫째는 인적자본으로, 교육, 훈련, 경험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지식이다. 둘째는 시장가치로, 노동력 시장에서 특정 기술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임금 수준을 결정한다. 당신은 스스로의 실력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시장가치는 스스로 바꿀 수 없다. 지금의 시장에서 당신과 같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필요한지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두바이 쫀득쿠키를 2천 원에 판매할 수 없듯이, 당신도 시장가격 이하를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한국 노동자들은 정보 비대칭 상황에 놓여 있다. 고용주는 입사 시 제출하는 전년도 총 보상 정보를 통해 충분한 임금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구직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직무의 시장 가치가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정보보안 업계는 이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우, 국내 빅테크 기업들의 연봉, 보너스 등이 여러 매체나 블라인드에서 공개되면서 어느 정도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반면, 정보보안 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업계 인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연봉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고, 그나마 공개된 정보도 매우 양극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전직장 연봉을 기반으로 오퍼를 제시하기 때문에, 구직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나는 이러한 정보 격차가 보안 업계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 첫째, 신규 진입 인재 손실. 새로운 진입자들이 시장가치를 알 수 없어서 낮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진입하거나, 사람들의 소문으로 시장가치가 낮다고 예상하여 실력 있는 인재들이 업계 자체에 진입하지 않는다.
- 둘째, 인력 유동성 감소. 타 회사의 연봉 정보가 없기에 이직 동기가 약해진다. 인력의 순환을 통해 업계내의 기술력을 공유해야 업계 전반이 함께 성장하고, 인력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업계의 수준이 함께 올라간다. 국내 최대 정보 보안 업체의 근속연수가 7년이라고 한다. IT 회사들과 비교하면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셋째, 공급 부족이 임금에 반영되지 않음.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기억하는가? 개발자 직군의 인력 부족이 발생하면서 업계 전반의 연봉이 올랐다. 현재 정보보안 업계는 누적된 보안사고와 위에 기재한 문제로 인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특정 직군의 채용이 어려워지면 시장 가치가 올라가야 하는데, 아직까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업계의 평균 연봉은 시장의 건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직종은 결국 사라지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불투명함으로 인해 우리가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는거 아닐까?
(아래는 내가 좋아하는 테크 스탠드 업 코메디 채널, 인터뷰이들 자신의 총 보상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블로그에서 자주 말하지만 서구의 문화가 무조건 좋다고 이야기 하는건 아니다. 투명함이 나쁜게 아닐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그래서 나부터 투명해지려고 한다. 공간상의 이유로 금액을 적을 순 없지만, 지금까지 많은 회사로부터 제시 받은 금액은 적어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준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보안 엔지니어링을 하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보다 큰 격차가 나는 임금을 받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되었을 확률이 높다. 당신의 커리어를 위하여 정확한 정보를 원한다면 개인적으로 연락해 달라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면 좋겠다.
결국 업계를 좋은 방향으로 바꿔가야지만 내가 그리고 우리가 살 수 있다. 업계가 지금처럼 투명성 없이 유지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시장의 왜곡 속에서 불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입은 낮은 연봉에 진입하고, 경력자도 전 직장 베이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수한 인재들은 더 투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으로 눈을 돌리고, 남겨진 업계는 점점 더 위축된다. 탈보안은 지능 순이라는 듣기 싫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는 것을 어디까지 견뎌야 할까.
당신이 받는 연봉은 당신의 가치다. 업계의 시장 가치를 아는 것은 권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택이 다음 세대의 보상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돈이라는 속성과 문화 때문에 완전히 투명해 질 순 없지만, 함께 조금 더 양지로 옮겨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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