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여러 채널을 통해 멘토링을 하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보람차다. 한편으로는 나도 예전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멘토를 찾아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운 좋게도 인생의 중요한 시점마다 좋은 멘토들을 만나, 지금까지 보안 업무를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멘토링을 많이 하고, 또 많이 받는 문화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정서상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질문하거나 부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교수님/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익숙하다 보니, 멘토링이라는 단어 자체가 괜히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선 멘토가 무엇인지부터 한 번 짚어보자.
멘토의 어원
멘토(mentor)는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인물 멘토르에서 유래한 말로, 누군가의 여정에 동반자가 되어주는 조언자를 뜻한다. 동양에도 비슷한 개념이 오래전부터 사제지간(師弟之間)이라는 형태로 존재해 왔다.
그런데 요즘은 선생님을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한국에서 자라왔다면 누군가를 멘토로 삼는 일이 쉽지 않다. 멘토링은 단순한 가르침이라기보다 동행과 대화에 가까운 일인데도, 관계를 너무 무겁게 생각해 쉽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멘토의 어원인 조언자라는 의미로 돌아가 보면 힌트가 있다. 멘토는 정답을 내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서 방향을 함께 고민해 주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게 도와주는 존재다. 결국 멘토는 완벽한 선생님이 아니라, 한 발 앞서 걸어본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멘티 역시 멘토가 일방적으로 가르침만 주길 바라는 태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 회귀 0회차
현재 인생이 2회차인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멘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산다. 질문을 스스로만 붙들고 끙끙대다 보면, 답을 찾는 동안 시간과 에너지가 굉장히 많이 소모된다. 때로는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많을 것이다. 그럴 때 앞에서 그 길을 이미 걸어본 사람의 경험을 빌리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멘토는 꼭 업계에서 대단히 성공한 사람일 필요도 없다. 나보다 2~3년 먼저 입사한 선배나, 다른 회사에서 같은 직무를 먼저 해본 분처럼 내 고민을 먼저 해본 사람이 오히려 나에게 더 적합한 멘토일 수 있다. 내가 만약 삼성 회장인 재드래곤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지금 삶에 큰 도움이 될까? (물론 뵐 수 있으면 영광입니다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취업 시기에만 멘토를 찾는 경향이 있는데, 이보다는 인생의 여러 길목마다 그때그때 적절한 멘토를 만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멘토링은 멘티만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멘토링을 멘티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탁하기를 굉장히 어려워한다. 하지만 실제로 멘토링을 하는 입장에서 얻어가는 것도 정말 많다. 멘토에게 멘토링이 좋은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관계 형성 & 네트워크 확장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고민과 배경을 듣는 것 자체가 큰 자산이다. 특히 보안처럼 좁고도 넓은 업계에서는, 인연이 훗날 동료, 파트너, 고객, 심지어 상사가 될 수도 있다. - 리더십 및 커뮤니케이션 연습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경험을 구조화해 설명하는 행위는 굉장히 좋은 훈련이다. 특히 소프트 스킬이 약한 엔지니어들에게는 이런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혹은 중요한 일에서만 이를 경험하고 배우려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 트렌드 파악
요즘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기술이나 커리어 패스를 주목하는지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업계 흐름과 세대 변화가 보인다. 이건 검색으로는 얻기 어려운 생생한 정보다. - 자기 성찰 & 동기부여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하다 보면 오히려 스스로를 성찰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운동하세요라고 말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좋은 내용을 전달하려는 과정이 결국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또 열심히 성장하려는 사람들을 곁에서 보다 보면 엄청난 자극을 받는다. - 자존감 향상
누군가가 나를 믿고 내 조언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 인간적으로 더 단단해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멘토링은 받는 사람만 좋은 게 아니라, 멘토링을 하는 사람에게도 큰 선물이다. 그래서 멘토링을 요청하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사실 꼭 필요하진 않다. 물론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는 중요하지만, 멘토링 자체는 멘토에게도 필요하고 좋은 일이다.
편향 피하기
멘토링의 함정 중 하나는 한 사람의 시야와 경험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경험의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조언을 받을 때는 가능하면 2명 이상에게 조언을 받아보자.
서로 다른 멘토가 같은 질문에 대해 조금씩 다른 답을 줄 때, 그 사이에서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 과정은 누가 맞냐를 고르는 게 아니라, 각자의 조언을 재료 삼아 나만의 결론을 내리는 일이다. 그래서 조언을 전달하는 멘토도 성숙해야 하지만, 조언을 받는 멘티도 성숙해야 한다. 남의 이야기를 소화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끝으로
이제 혼자서만 끙끙대지 말고 누군가의 도움을 한 번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멘토를 한 번 찾아보자. 가볍게 링크드인에서 원하는 직무의 사람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보는 것도 좋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고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보다 기꺼이 도와준다.
멘토를 찾기 어렵다면 저에게 언제든 요청해도 된다. 링크드인 메시지로 간단한 자기소개와 구체적인 질문을 보내주시면, 가능한 방식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여전히 누군가의 멘티다. 보안처럼 빠르게 변하는 분야에서 혼자만의 방식으로 모든 정보를 습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정보는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일방향 파이프가 아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먼저 경험했을지라도, 다른 부분에서는 누군가가 나보다 더 앞서 있다. 오늘은 내가 도움을 받고, 내일은 내가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것. 그렇게 지식과 경험이 순환할 때 우리는 혼자일 때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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