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빠른 변화가 두렵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두려움이 꼭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아닌 것 같다. 세상은 원래 계속 바뀌어 왔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도, 클라우드가 확산됐을 때도, 빅데이터나 블록체인이 화제가 됐을 때도 사람들은 늘 비슷한 말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번에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르다. 이는 아마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인터넷 네이티브 세대다. 인터넷은 내게 공기에 가까웠다. 적응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태어나니 자연스럽게 존재했다. 인터넷에 검색하고, 메일을 보내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일은 그냥 일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인터넷은 인류의 모든 것들을 하나씩 바꿔왔다. 마치 인류에게 전기가 사용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이번 변화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인터넷과 같다. 인터넷이 우리 부모님들의 세계를 바꿔왔듯, AI는 나의 세상을 새롭게 써가고 있다. 이젠 내가 이 변화 속에 살아 남아야 한다. 보안 취약점 발견, 보안 코드 리뷰 당연히 아직은 사람이 더 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속도와 스케일 면에서 이미 사람이 이길 수 없고 계속 발전하는 하네싱과 점점 싸지는 토큰을 기반으로한 다중 모델 검증에 언젠가 기술력조차도 따라 잡힐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나쁜 것일까. 과거의 인터넷 사례를 보자. 인터넷은 엄청난 기회들을 만들었고, 더 많은 연결과 더 많은 시장을 열었다. 내가 하는 일 역시도 인터넷 덕분에 새로 생긴 직업이기도 하다. 반면에 너무 늦게 대응한 기업과 사람들에게는 참혹한 결과를 남겼다. 동네에 하나씩은 있던 비디오 대여점은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질문으로는 이 변화를 외면할 수 있는가이다. 인터넷 시대에 변화의 파도를 타지 못했던 기업과 사람들이 어땠는지를 떠올려보면, 정답은 정해져 있다. 현 상황을 의심하거나 장단점을 논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이 파도에 타느냐다.

내 업무도 역시 바뀔 것이다. 아니, 이미 바뀌고 있다. 앞으로 줄여야 할 것은 취약점 점검, 코드 리뷰도, 리포트 작성처럼 내가 직접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행했어야 하는 단일 업무들 일 것이다. 대신 늘려야 것들은 제품 설계에 보안성을 녹이는 일, AI가 안전하게 개발하도록 안전한 도로를 까는 일,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검증하는 일, AI 자동화를 설계하는 일, 그리고 다른 조직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안 실무의 가치가 낮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단순 실행의 비중은 줄어들 수 있지만, 판단과 설계, 설명과 책임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 지점에서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리더십 능력은 더 중요해진다. 직책과 직급을 떠나 더 먼저 문제를 정의하고,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AI 시대의 두려움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나도 두렵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이고,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쌓아 왔던 내 엔지니어링 정체성의 일부를 거부해야 한다(사실 이게 제일 싫다). 근데 커브길은 이미 시작됐다. 당신은 이 구간을 어떻게 달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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