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업계에 들어오고 보안 엔지니어링을 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아쉬운 선택도 많았고, 조금만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 있다. 만약 10년 전으로 회귀할 수 있으면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들을 글로 남겨본다.
운동
30살이 넘어가면 20대에는 없었던 경험들을 하기 시작한다. 그중 하나는 몸이 하나씩 망가진다는 것이다. 이 말을 분명 20대 때 들었는데, 이제야 그게 무슨 말인지 실감하고 있다. 예전처럼 레드불에 의존해 밤을 새우고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 어렵다. (정확하게는 했다가는 몸살이 난다.)
많은 IT 직무가 그렇지만 보안 직무도 긴급 대응 업무가 많다. 보안 문제가 생기면 초긴장 상태에서 고강도 업무를 해야 하고 때로는 밤을 새워야 한다. 또한 심사와 같은 시즌성 업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기간에 업무가 몰리기도 한다. 이걸 버티게 해주는 건 정신력이 아니라 체력이다.
무슨 운동이라도 좋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나에게 맞고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을 고르고 취미로 가져가자. 참고로 나는 웨이트를 하고 스쿼시를 친다. (식단도 해야 하는데…)
외국어
자주 언급하는 주제지만, 빠질 수 없는 게 언어다. 외국어를 할 줄 알면 가질 수 있는 경험이 분명 늘어난다. 대부분의 IT 기술은 미국에서 주도하기에, 좋은 문서, 좋은 발표, 좋은 기회는 아직도 미국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AI가 많은 장벽을 없애주고 있지만, 결국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무에 쓸 수 있는 회화 수준까지 올리는 데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로베이스라면 몇 달이 아니라 몇 년 단위로 준비해야 영어 회의에 겨우 들어갈까 말까 한 수준이 된다. 또한,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많은 노력이 든다.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
보안 업무는 특히 그렇지만 혼자서 모든 업무를 다 할 수 없다. 회사의 보안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소통이 필요하고 때로는 동료 및 개발팀을 설득해야 하고, 때로는 C레벨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현대의 보안 엔지니어링은 코드와 서버만 상대하는 일이 아니라 결국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고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학교든, 동아리든, 작은 프로젝트 팀이든 좋다. 사람들 앞에서 나가서 발표해 보고, 의견이 다른 사람과 조율해 보고, 누군가를 설득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무조건 해 보는 게 좋다. 리더십은 꼭 회사나 대단한 자리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다. 크거나 작은 조직에서 책임을 져보고, 결정해보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경험들이 곧 리더십이다.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 말고 지원해 보자. 잘 이끄는 사람이 잘 이끌릴 수 있는 사람이다.
컴포트존
같은 역할에 오래 머물면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만약, 나의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내가 지금 컴포트존에 머물기 때문이다.
나의 성장이 정체되었다고 생각이 들면 역할 혹은 활동 반경을 넓혀 보자. 학교 내에서 주요 직책을 맡거나, 학교 밖의 커뮤니티나 스터디에 가보고, 현업자 밋업에도 나가보고, 때론 전공이 다른 사람도 만나보자.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컴포트존을 벗어나게 되면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을 습관처럼 만들어야 지속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다.
멘토링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내가 걷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럴 때 절대로 혼자서 고민하지 말자. 고민이 깊어질 때마다 방향을 물어볼 수 있는 멘토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상담받자.
멘토를 어떻게 찾냐고 묻는다면 링크드인에 가입하고, 내 질문을 받아줄 사람을 찾아보자. 그리고 정중히 메시지를 남기자. 멘토링 요청을 당연히 거절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근데, 나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 앞에서 부끄러움이 무슨 대수인가. 클릭 한두 번에 나를 발전시킬 기회를 얻는 건 초갓성비다. 이미 멘토링 풀이 확보된 커뮤니티(동아리, 학교 등)에 속해 있다면 당신은 러키비키! 이를 최대한 활용하라.
마지막으로, 한 사람만의 조언에 의지하지 말자. 최소 두 명 이상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다.
자산관리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산관리 및 저축 방법을 실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산관리도 학습이 필요하고 습관도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당장 굴릴 큰 돈도 없는데 무슨 자산관리냐 싶지만, 직장인이 되어도 관리 없이 목돈이 생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욱 배워야 한다. 액수보다 중요한 게 돈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과 나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익히는 거다. 그리고 시간이 가져다주는 이점과 이를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학생 때부터 할 수 있는 자산관리 습관으로 한 달 동안 내가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기록하는 습관부터 들이자. 용돈이든 알바비든 장학금이든 돈이 들어오면 일부를 먼저 떼어두고, 생활비와 모으는 돈을 구분해서 관리해 보자. 이런 습관을 통해 직장인이 된 뒤 월급을 다루는 방식까지 바꿔 놓는다. 만약 생활비 이외의 자금이 남는다면 주요 인덱스에 투자하고 개별 종목은 충분한 공부 없이 투자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재미로 하는 건 좋지만 도박성 투기는 재미로만 하자. 그리고 첫 월급은 시원하게 수고했던 나와 부모님에게 사용하자.
대학교 인프라
대학교에는 생각보다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많다. 대표적으로 교환학생, 창업지원 프로그램, 모의 면접, 그리고 교수님들. 이런 정보들은 대부분 직접 찾아보고, 신청해야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 학교 게시판을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사무실 직원분들과 친해지자.
이러한 제도들을 잘 활용하면 앞서 말한 내용들을 직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교환학생을 통해 언어를 실제로 써 보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내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창업지원 역시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사람들과 협업하고, 발표하고, 문서를 만들고, 피드백을 받는 경험 자체가 큰 자산이 된다. 졸업 후에 창업을 꼭 안 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다(물론 하면 좋겠지만). 교수님들 역시 수업만 듣는 강사가 아니라, 멘토링을 통해 진로 고민, 대학원, 추천서, 업계 연결까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학생 때는 이런 기회를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졸업하고 나면 다시 얻기 어려운 것들이니, 학교 인프라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엔지니어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뽑으라면 당연히 기술력이다.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기본기를 갖추고 가꿔 나가는 건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보안 엔지니어링은 종합 예술이다. 사고가 터지면 분석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밤을 새워야 체력이 있어야 하며, 그 복잡한 과정을 비기술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 설득하고 포장해야 한다. 단순히 코딩만 잘하고 취약점만 잘 찾는다고 이 모든 걸 해낼 수는 없다. 그래서 앞서 말한 다양한 습관들이 필요하다. 이 습관들은 당신의 기술을 더 빛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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