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콘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

무더운 여름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해마다 대형 보안 행사들이 열린다. 그래서 이 시기를 흔히 해커 서머 캠프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행사로는 블랙햇 USA, 데프콘, BSides 라스베이거스 컨퍼런스가 있다.

각 컨퍼런스에 대한 간략한 추가 소개

블랙햇 USA: 비즈니스 참가자, 포멀, 트레이닝, 비즈니스 네트워킹, 벤더 부스, $3,000
BSides Las Vegas: 커뮤니티 기반의 컨퍼런스, $100
데프콘: 해커 및 다양한 서브컬쳐 기반, 다양한 컨텐츠, 트레이닝, 다양한 대회, 빌리지 참여, $600

적혀있는 순서대로 진행되므로 다양하게 즐겨보자!

한국에서는 데프콘이 가장 잘 알려진 행사라, 이 시기에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도 데프콘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한다. 이 글에서는 데프콘에 처음 가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꼭 알아두면 좋은 필수 가이드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우선 미국은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 꽤 다른 나라라, 별다른 준비 없이 방문하면 말 그대로 문화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여러 차례 방문한 나 역시 아직까지 데프콘의 모든 콘텐츠를 다 경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신이 없어서 뭘 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해당 기간 동안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분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정보를 주고받고 싶은 분들은 자유롭게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 정보를 많이 얻으셔서 과거의 나처럼 헤메지 않고 최대한 많이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다.

출발전 준비

준비물은 해외 여행에 필요한 필수 물품은 적지 않을거고 개인 선호 물품이 아닌 라스베이거스 및 데프콘 일정에 필요한 것들 위주로 적어본다.

  • ESTA(전자여행허가제) 발급 – ESTA는 절대로 대행사를 이용하지 말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신청하자.
  • 립밤, 핸드크림, 가습기(필수는 아니지만 강력추천) – 라스베이거스의 건조함은 말로만 들어서는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겨울보다도 훨씬 건조하다. 립밤과 핸드크림은 현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 물통 – 워낙 건조해서 땀을 흘려도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물을 자주 마시면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텔 방에 물을 기본으로 주지 않는다. 로비에서 요청하면 챙겨주니 지나다닐 때 주기적으로 물을 받자.
  • 자외선 차단제 – 햇볕에게 맞기전에 피부를 보호하자.
  • 편한 신발 – 하루에 최소 2만 보 이상 걷게 된다.
  • 기본 세면도구 – 대부분의 라스베이거스기본 호텔방에는 기본 어매니티가 없다.
  • 드레스코드에 맞는 옷과 신발 – 레스토랑, 클럽, 비즈니스 미팅 등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에 맞는 옷을 미리 준비해두자. 입장이 거부될 수도 있다.
  • Hacker Tracker 앱 – 데프콘 발표 일정이나 행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이니 미리 설치해두면 편하다.
  • 현금 – 데프콘 행사 현장에서는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작년 기준으로는 입장 배지 결제가 카드로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혹시 모르니 현금을 어느 정도 준비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 쇼, 액티비티, 콘서트, 식당 예약 – 대부분 당일 예약이나 현장 방문도 가능하지만, 인기 있는 곳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추천할 만한 정보는 관광 섹션에서 따로 정리해보겠다.
  • 트레이닝 예약 – 데프콘 트레이닝을 들을 계획이 있다면 미리 예약해두자. [링크]
  • 워크샵 예약 – 무료 워크샵을 들을 계획이 있다면 미리 예약해두자. [링크]
  • 얇은 겉옷 –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건물의 실내는 24시간 에어컨이 켜져있다. 냉방병을 대비하기 위해 얇은 옷을 챙기자.
  • 수영복 –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구역의 대부분의 호텔에는 수영장이 있으니 수영장도 즐겨보자.
  • 우버 앱 다운로드 및 카드 등록 – 필요할 때 다운로드하고 등록하지 말고 미리 준비하자.

라스베이거스 기본 정보 및 숙소

라스베이거스의 신도심인 스트립 구역은 관광의 중심지다. 대부분의 유명 호텔과 클럽, 카지노가 이 구역에 몰려 있으며, 구도심인 프리몬트와는 생각보다 거리가 꽤 있다. 데프콘 방문 예정이라면 가급적 메인 스트립 구역에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지도상으로는 한 블록, 두 블록 정도가 멀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꽤 멀다.

라스베이거스의 8월은 기온이 40도까지 오를 정도로 매우 덥고 건조하다. 그래서 야외 활동은 보통 아주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하게 된다. 낮에는 최대한 실내 위주로 일정을 짜고, 이동할 때도 야외보다는 호텔 내부를 거쳐 움직이는 편이 좋다.

올해 행사장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다. 만약, 블랙햇이 열리는 만달레이 베이에 머문다면 데프콘 행사장까지 걸어서 2시간 가까이 걸릴 수 있다. 특히 낮에는 절대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따라서 여러 컨퍼런스를 함께 방문할 계획이라면, 동선을 고려해 적절한 호텔에 묵는 것을 추천한다.

라스베가스 스트립 지도 LasVegasDirect.com 출처

우선 행사장까지의 접근성을 고려하면 모노레일 역과 가까운 호텔들이 가장 편하다. 그리고 컨벤션 센터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위쪽보다는 아래쪽에 있는 호텔들이 주요 관광지로 이동하기에 더 수월한 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스트립 구역이 아닌 곳에 숙소를 잡으면 멀기에 시간도 더 들고 교통비도 더 많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숙소는 스트립 구역 안에서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파티/모임

컨퍼런스의 꽃은 단연 네트워킹이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모이는 자리인 만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넓히기에 좋은 기회가 많다.

벤더나 스폰서가 여는 파티는 주로 저녁에 식당이나 클럽에서 열린다. 이런 자리를 잘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술과 음식을 해결하면서 경비도 조금 아낄 수 있다.

일부 파티는 컨퍼런스 배지만 있으면 입장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사전 등록이 필요하다. 만약 해당 파티를 주최하는 회사와 접점이 있다면 미리 연락해두는 것이 좋고, 블랙햇에 참가한다면 벤더 부스를 돌면서 관련 정보를 확인해보는 것도 괜찮다. 지인을 통해 초대를 받을 수도 있으니 주변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보자.

목적에 따라 파티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가볍게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DJ 파티가 편하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목적이라면 초대 기반의 파티가 더 적합한 경우가 많다.

아래 링크들은 파티 및 모임 정보를 얻기 위한 웹사이트 리스트이다.

  • https://defcon.run – 데프콘 기간에 러닝을 하고 싶다면 매일 아침 6시의 러닝모임에 가보자.
  • https://defconparties.com – 해당 기간에 있는 파티 정보. 무료로 쇼나 액티비티를 제공하는 파티도 있으니 참고하자(액티비티가 포함된 파티의 경우 주로 제품을 쓰고 있거나 도입할 사람들 초대하지만 잘 한번 관계를 만들어보시라!).
  • https://info.defcon.org/defcon34/content/ – 데프콘과 연계된 파티리스트.
  • https://dcshoot.org/ – 언오피셜 데프콘 사격 모임.
  • https://toxicbbq.org/ – 초보자도 참여하기 좋은 바베큐 파티.

마지막으로, 미국에 온 이상 두려워하지 말고 미국의 파티 문화를 적어도 한번은 즐기고 갔으면 좋겠다.

사용하던 제품의 회사가 주최한 포크레인 운전 파티에 참여했던 사진

관광

여기까지 왔는데 관광을 빼놓으면 섭하다. 사실상 컨퍼런스와 네트워킹 파티 일정만 소화하기도 힘들지만 꼭 해야 한다면 추천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 그랜드캐년, 엔텔롭캐년, 홀슈밴드 당일치기 투어 – 극한의 스케쥴로 한국인만 소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후회는 안함!
  • 사우스 프리미엄 아웃렛 – 방문 전 구매할 물품들과 방문할 매장을 정하고 가자. 모든 매장을 들러보려면 10시간도 부족하다.
  • 벨라지오 분수쇼 – 관람은 무료이므로 시간에 맞춰 지나가면서 감상해보자. 매번 음악과 연출이 바뀌기 때문에 여러 번 관람해도 괜찮다.
  • 쇼 혹은 콘서트 – 라스베가스 3대 쇼 중 하나 정도는 관람해도 아깝지 않다.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콘서트를 할 수도 있으니 미리 일정을 확인하자. MMA와 같은 스포츠 경기를 좋아한다면 이와 관련된 일정도 확인해보자.
  • 레스토랑/뷔페 – 방문하고 싶었던 레스토랑/뷔페가 있다면 미리 일정을 빼두고 예약을 해두자. 예약 없이는 방문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 호텔 구경 및 스트립 명소 방문 – 주요 호텔 구경 및 코카콜라, M&M 스토어 등 방문.
  • 다운타운 – LED 스크린 공연, 무료 밴드 공연, 길거리 공연, 상대적으로 저렴한 뷔페 등. 모든 게 비싼 스트립 대비 비교적 숨통이 트이는 곳.
  • 액티비티(헬기 투어, 총기 체험, 등) – 정말 많은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 흔한 헬기 야경 투어나 각종 총기 체험부터 레이싱카, 포크레인, 탱크 운전까지 정말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으니 하고 싶은 액티비티가 있다면 미리 찾아보자.

별도의 개인 휴가를 더 쓰지 않는다면 컨퍼런스 일정을 소화하며 위에 적힌 리스트도 소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소개하지 못한 다양한 콘텐츠가 있기에 필요 시 찾아보도록 하자.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피어는 외관만 구경하고 상영하는 작품을 보는건 비추천이다.

라스베가스 스트립 주변 정보를 담은 구글 맵: https://maps.app.goo.gl/jatM2QUEELP7VUK86

컨퍼런스 정보

보안수칙

데프콘 행사장에서는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제로데이를 우리 같은 일반 참가자에게 쓸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회사 장비는 되도록 호텔 금고에 넣어두고, 꼭 필요한 기기만 챙겨 통신 기능을 꺼둔 상태로 사용하는 편이 좋다. 또 데프콘은 참석자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도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자.

뱃지 수령

행사 첫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뱃지를 받는 것이다. 올해는 전자 뱃지가 제공되기 때문에, 너무 늦게 도착하면 전자 뱃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뱃지 수령은 행사 첫날부터 가능하고, 실제로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다. 경험상 오전 6시 정도부터 대기하면 전자 뱃지를 받을 수 있었다.

데프콘 뱃지는 입장권 역할도 하지만, 뱃지 안에 여러가지 문제가 들어가 있다. 뱃지 문제 풀이에 관심이 있다면 미리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 정보를 주고받을 준비를 해두자.

굿즈 구매가 목적이라면 뱃지를 받자마자 바로 굿즈 구매 줄로 이동하는 편이 좋다. 굿즈는 경쟁이 치열한 데다 줄도 길다. 오전에 뱃지를 수령하고 바로 줄을 서도 몇시간 걸린다고 한다. (나는 매번 포기하고 있다)

빌리지

첫날은 메인 데프콘 발표 세션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빌리지 구경(빌리지에 발표 세션이 있긴하다)이나 굿즈 구매를 노린다. 만약 굿즈가 목적이 아니라면 빌리지를 방문하자. 데프콘에서는 정말 많은 빌리지에서 각종 행사가 열리고, 물건을 판매하는 부스도 있어서 관심 있던 장비가 있다면 구매를 할 수도 있다. 플리퍼 제로는 늘 인기가 많은 편이다. 한정된 물건을 구매하고 싶다면 미리 구매할 물건 판매처와 위치를 파악하자

데프콘 빌리지는 일종의 컨퍼런스 안의 또 다른 컨퍼런스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각 빌리지가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때문에, 어떤 곳은 CTF를 열고 어떤 곳은 자체적인 발표나 행사를 진행한다. 참여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주제나 관심사가 무엇인지 미리 정리해두면 훨씬 알차게 즐길 수 있다.

몇몇 빌리지 대회를 수상할 경우 데프콘 CTF 우승과 같은 블랙 뱃지를 수여 할 수 있으니 이를 노려봐도 좋다. 블랫 뱃지를 받으면 추후 데프콘을 무료 입장할 수 있고, 돈이 필요하다면 수집가들에게 판매도 가능하다. 블랙 뱃지를 노린다면 블랙 뱃지를 주는 행사들을 미리 파악해두자.

빌리지 리스트: https://defcon.org/html/defcon-34/dc-34-villages.html
작년 컨테스트(* 표시가 있는 컨테스트가 블랙 뱃지 제공): https://defcon.org/html/defcon-33/dc-33-contest-results.html

세션

실제 메인 세션은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듣고 싶은 세션이 있다면 미리 캘린더에 등록해두고, 이동 동선도 함께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세션 정보는 해당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acker Tracker앱도 잘 활용해보자.

다만 모든 세션을 다 들으려고 하지는 말자. 대부분의 영상은 나중에 유튜브에 올라오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내가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의 세션이나 정말 직접 듣고 싶은 세션 위주로 참여하는 편이 훨씬 낫다.

개인적으로 잘 쓰고있는 카이도의 스티커. 카이도 개발자의 세션을 듣고 스몰톡 이후 기념품 획득!
폐회식

마지막날 마지막 행사는 폐회식이 진행된다. 데프콘 폐회식은 해당 연도 뱃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컨퍼런스를 위해 애쓴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기리고 각종 행사 우승자들에게 블랙 뱃지를 수여하는 자리다. 한 번쯤은 직접 볼 만한 행사이기도 하다. 폐회식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많은 자원봉사자의 기여로 이 컨퍼런스가 운영되는지, 또 데프콘 특유의 자율적인 커뮤니티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끝으로

기억에 의존해 정리한 내용이라 일부 틀린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혹시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임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뱃지 애드온도 하나 제작했다. 데프콘 전자 뱃지에는 애드온을 달 수 있다. 이 애드온 단 분들끼리 현장에서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정보도 공유하고, 명함도 교환하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킹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연결들이 모여 결국 한국 보안을 함께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애드온을 받고 싶다면 데프콘 현장에서 저를 찾아주셔도 되고, 사전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 미리 말씀해 주시면 챙겨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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