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신고: 10년 차 보안 엔지니어의 필드 엔지니어(Field Engineer) 직무 전환기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그동안 포스팅이 뜸했던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정신없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현재 주최를 준비 중인 OWASP Korea Day 2026 컨퍼런스 준비까지 겹치다 보니 여유를 내기가 참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 해외로 출장을 가는 일정이 생겨서 비행기에 있는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서 블로그를 열었다.

어느덧 이직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오늘은 오랜만의 생존신고 겸, 이직 한 이유와 새롭게 시작하게 된 필드 엔지니어(Field Engineer)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적어보려 한다.

AI의 등장, 그리고 역할에 대한 고민

근 10년간 애플리케이션 시큐리티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동안, 사실 업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이라 부를 만한 일은 많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크고 작은 보안사고가 발생하고, 회사에서는 제품의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에서 취약점을 찾고, 개발 과정에 보안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내 업무의 가장 큰 부분이었다.

하지만 AI의 등장과 함께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업무에 AI를 도입해 사용하면서 AI의 성능에 날마다 감탄했다. 요즘은 조금 덜하지만 새로운 모델이 나올때마다 불가능하던 것들이 정말 가능해지는 경험을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AI가 나보다 취약점을 더 잘 찾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자동화하기 위해 스킬이나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프로세스에 얹는 것이 업무의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프롬프트 작성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업무들은 역시 여전히 중요한 업무이며 이를 잘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기에 폄하하려는 뜻은 결코 아니다.

AI가 내 업무들을 대신한다면 앞으로 나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깊은 고민이 시작될 무렵, 다니던 회사의 조직장이 퇴사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좋아하던 조직장이라 이를 계기로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새로운 직무로의 전환을 현실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평소 눈여겨보던 SA(Solutions Architect), 필드 엔지니어/FDE(Forward Deployed Engineer), 혹은 팀 매니저 같은 롤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때마침 좋은 타이밍에 해당 직무들의 면접들을 잡을 수 있었다.

비즈니스 직무 도전

내가 위와 같은 직무들을 고민했던 이유는 기존에 쌓아온 보안 전문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조금 더 비즈니스(돈을 버는 조직)에 가깝거나 혹은 리더쉽 기회가 있는 매니징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싶었다.

여기에는 보안팀으로 근무하며 느꼈던 일종의 갈증이 컸다. 보안 업무의 특성상 성과를 수치화하기 어렵고(하지만 해야한다), 내 노력을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 짓기 힘들 때가 많았다. 돈을 버는 비즈니스 조직으로 간다면 이 부분을 나름대로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매니저 롤은 좋은 매니저에게 배웠던 방식을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조직원들의 성장을 돕고, 이상적인 보안팀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염원도 있었다.

여러 면접들과 제안을 거쳐 최종적으로 나는 현재 회사인 XBOW에 필드 엔지니어로 합류하게 되었다. 이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을 넘어 APAC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필드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 내 필드 엔지니어링 팀의 규모가 작지 않아, 처음 이 직무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동료들에게 배울 점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솔직히 처음 해보는 직무라 이 직무에 대해서 사수의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미국 회사의 제품 개발 방식, 고객에게 딜리버리하는 과정, 그리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측정하는 방법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이전 회사에도 그러한 조직이 있었지만, 보안팀의 입장에서는 그런 업무 사이클을 직접 경험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상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였다.

기대 이상의 성능과 빠른 개발 속도

XBOW에 합류한 후 가장 놀란 점은 성능이었고, 두 번째는 제품 개발 속도였다. 솔직히 입사 전에는 제품을 직접 써보지 못했기에 성능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버그바운티 1등 했다곤 하지만 그거는 얼마든지 짜고치기 좋은 소재라 생각했다. 하지만 입사 후 실제 데이터를 보니 다른건 몰라도 성능만큼은 제품을 믿고 고객에게 딜리버리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형식적인 모의해킹/취약점 진단은 정말로 AI에게 맡겨도 될 것 같다.

딜리버리 방식에서도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현재 회사는 제품을 절대로 상상만으로 만들지 않고 철저하게 고객과 함께 개발하며 이후 모든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프로덕트를 고도화하기 때문에 제품에 없는 기능이 고객에게 필요한 경우 해당 고객만을 위한 기능을 빠른 속도로 개발하고 전달한다.

미국의 대부분 SaaS 회사가 이러한 방식으로 피처를 개발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해외 SaaS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릴리즈 방식을 잘 이해해야만 제품을 100% 활용할 수 있다. 매주 진행되는 올핸즈 미팅에서 쏟아지는 신규 기능들을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게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는 이 기능들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고객에게 잘 전달하여 만족도를 끌어올릴지 고민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내 커리어적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필드 엔지니어, 기술과 사람의 교집합

내가 경험하고 있는 필드 엔지니어링은 고객에게 기술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업무다. 참고로 우리 조직에서 내 총 경력이 제일 낮다. 이 말인 즉슨 이 직무는 기술도 깊이 알아야 하지만, 사람도 잘 이해해야 한다. 고객의 제품과 환경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파악하고, 그들이 우리 제품을 통해 어떻게 기술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애플리케이션 보안 업무를 하며 각종 보안 툴을 운영해 온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게다가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었던 나에게, 어찌 보면 딱 맞는 직무를 찾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고기집에 가면 고기를 구워라. 경험은 돈주고도 못배운다.” 어디선가 들었던 멘트가 내 삶과 커리어의 큰 방향이 되고 있다. 나는 커뮤니티 운영이든, 컨퍼런스 참여든, 회사 내의 업무든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부딪혀왔다. 돌이켜보면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결국 필드 엔지니어로서 필요한 자질과 맞닿아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새내기로서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 필드 엔지니어라는 직무에 대해 조금 더 깊고 자세히 소개할 날이 기대하며.. 이상 생존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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